한국은 강간의 왕국이다.” 이 문장은 얼마나 옳을까요? 이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반론하는데 똑같은 자료가 자주 쓰인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그것은 UN마약수사국(UNODC)이 발표하는 국가별 성범죄 통계지요. 그 자료를 바탕으로 OECD국가만 뽑은, 자주 인용 당하는 표 하나 보고 가실께요. [표1]은 출처가 OECD Library라고 흔히 인용되는데, OECD Library에서 찾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수치가 대강 맞으니 그대로 갈께요.

OECD 국가 10만명 당 강간 범죄율

표1. OECD 국가 10만명 당 강간 범죄율

13위라는 애매한 숫자를 근거로 이 표는 양쪽 모두가 혹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는 주장의 근거가 돼요. 이 자료에는 반론이 하나 더 들어가요. 수치가 너무 많이 차이나죠? 호주가 일본에 비해 매일같이 여기저기서 강간 범죄가 일어나는 매드맥스 평행우주가 아니라면요. UNODC는 각국에서 데이터를 받아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 통계를 작성하는데요, 각 나라별로 강간범죄의 범위가 달라서 생기는 일이랍니다. 어떤 국가들은 사전상 의미의 Rape만을, 한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들은 성추행 등을 묶어서 통계에 포함시키기 때문이에요.

한국이 그들을 강력범죄로 분류하기에 이는 근거가 있는 주장 이기도 하구요, 비교 기준이 달라 통계상의 오류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요.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UNODC에서 통계자료를 받고 OECD국가만을 골라냈어요. OECD국가는 외교부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체코를 체크로 써 놨더라구요. UNODC 자료에는 호주가 없었어요. 호주는 강간 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한데요, 이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집계 방식 때문으로 알려져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 이건 범죄율이 높게 기록된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 무시하겠습니다.

2004년 이후로 자료가 없는 한국

표에서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몇몇 국가의 자료가 일부 누락된 거에요. 그리고 한국은 2004년 이후의 자료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어요. [표1]은 이 자료에서 해당 국가가 마지막으로 제출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랍니다. 그래서 한국의 수치는 2004년 수치였어요. 다른 국가들은 2013년 수치인데요. UNODC가 집계 방식을 2013년에 변경해서 2012년 자료를 믿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표1]을 들고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한국만 2004년 수치로 집계된 자료였어요.

국가통계 포털에서 조회하여 빠진 자료들을 채우기로 했어요. 2003년과 2004년의 자료는 강력범죄-강간 중 검거건수입니다. 그래서 2012년 까지를 채웠습니다.

Number of Rape Crimes, Republic of Korea

그래프1. Number of Rape Crimes, Republic of Korea

강간범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한 경우

Rape Cases per 100,000 population

그래프2. Rape Cases per 100,000 population

2010년에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죠? 이는 강력범죄(흉약)의 강간으로 분류되는 항목이 늘어서일 수 있어요. 그래도 앞서 말했듯 (1) 그렇게 분류한 것은 한국 정부이고, (2) 다른 상위권 국가들의 집계도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그대로 가겠습니다. 이 수치를 적용해서 그래프를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스웨덴의 강간 범죄를 집계하는 방식은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동일 사건에서 가해자 수와 기간을 전부 따로 취급한다고 해요. 피해자인 부인이 가해자 남편에게 1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경찰은 365건으로 카운트 한답니다. 국가별로 그러한 사정들이 다 있어서 자료의 통일성은 없지만 보통 선진국들은 부부강간 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의 수치가 부당하게 높다고 볼 수는 없어요. 위 표가 더 현실에 가까운 UNODC 자료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상 한국은 OECD 1위죠.

그래도 여전히 ‘일본은 강간만을 집계하고 한국은 성폭행도 포함하니 이 자료는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다시 국가통계 포털에서 범위를 좁혀서 데이터를 추출했어요.

강간범죄의 범위를 좁게 설정한 경우

강력범죄(흉약)의 강간/성폭행 항목 중 강제추행(준), 미성년자등간음/추행(심신미약자), 피보호자(감호자)간음, 성폭법 등 하여간 추행, 간음 등을 제외한 강간 범죄만을 추려서 다시 집계했어요.

추행등을 제외한 집계

표2. 추행등을 제외한 집계

이렇게 다시 기준을 잡고 UNODC 자료에 넣어볼께요.

Rape Cases per 100,000 population

그래프3. Rape Cases per 100,000 population

호주를 넣으면 11위에요. 즉, 한국의 강간 범죄율은 넓게 잡으면 OECD 1위, 사전적 의미의 강간만을 잡아도 11위랍니다. 후자의 경우 11위가 되기 위해서는 1위~10위의 국가도 동일하게 계산했다 가정해야만합니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벨기에가 우리보다 강간범죄율이 높을까요? 각자의 판단 영역이겠지만 전 아닌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데이터를 강력범죄(흉악)의 강간/성폭행으로 설정했을 때 한국의 순위는 3위 (사실상 1위)이며 강간 범죄만으로 한정해도 11위입니다.

한국은 강간의 왕국이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