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의 입장서와 합의문이 나왔어요. (논문인줄?) 양 주체는 합의를 하셨네요. 전 좀 황당해요. 그래서 정말 마지막으로 글을 남겨요. (1) 입장서에 대한 비판 (2) 내가 제시하는 중재안 (쓰잘데기 없는 과거에 대한 가정) (3) 성공회 논의 과정의 가치 평가 (4) 성소수자 운동진영에 남긴 교훈 정도만 쓸께요. 합의를 하셨으니 제가 뭐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여전히 힘 빡치는 결과에요.

논문인듯 논문아닌 논문같은 너어어

성공회 입장서에 대한 제 개인적인 평가는 ‘만드느라 수고한 쓰레기’에요.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장황한 내용과 합의문 사이에 논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에요. 10 포인트 정도의 글자로 27쪽이나 써내려간 입장서는 엄청 논리적으로 보이고 싶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내용과 결론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이 부족해요. 해석하기도 힘들어요. 또한 입장서와 합의문 양쪽 모두 주체가 없어요.

입장서에서 분석되고 서술된 사건 흐름에는 <서울LGBT영화제>가 독립이 된 것인지 명확히 밝혀주는 근거가 없어요. 다만 이런저런 ‘양측의 노력 부족’을 들어 황희정승식 중도를 찾아 헤메죠. 그 결과 제시된 합의문은 결국 김조감독과 <서울LGBT영화제>의 입장에선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꿩고기 오야코돈이에요. 물론 <퀴어문화축제>도 그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것을 얻었어요. 이것이 옳은 결론일까요?

눈 가리고 야옹

눈 가리고 야옹

이 결정은 책임질 수 있는 결정인가요? 입장서와 합의문 양쪽 모두 <성소수자 인권운동 공동회의>라는 한시적 기구의 명칭만을 표기했어요. 트집잡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름도 참여 단체도 명기되지 않은 사라진 존재만을 주체로 남기고 모든 책임이 흩어졌네요. 논문 쓰느라 수고하신 분도 그분의 마스터피스에 이름 한 자 남길 공간이 없으셨나보죠? 부디 부끄러워 그러신 게 아닐 것이라 생각해요.

성공회의 결론

성공회는 약 7개월간의 활동 결과로 중재안을 도출해요.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2011년 부터 2013년 까지의 역사를 두 영화제가 공유하며 두 영화제 모두 <서울LGBT영화제>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에요. 결론적으로 두 주체를 모두 인정하고 그 역사와 명칭을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어요.

졸라 아름다운 결론이네요.

결국 김조감독과 <서울LGBT영화제>의 시점에서는 2011년 시점에 독립을 한 것이고, <퀴어문화축제>의 시점에선 독립을 하지 않은 것이 돼요. 너무 고차원적인 이야기라 시공간을 거슬러 우주미아를 구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데체 뭐죠? 독립을 한 건가요 아닌가요?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막이 없었기 때문이자.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막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공회의 입장서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애써 무시해요. 독립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이며 <서울LGBT영화제>는 독립을 한 것인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엣날옛적 스맛폰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가 있었어요. 이 회사의 사장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IT 연구부서를 하나 만들어요. 편의상 사업자 등록을 따로 했어요. 더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으니까요. 국고 지원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장님은 IT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으셨어요. 연구부서를 키우고자 생각하셨던 사장님은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김교수라는 분을 책임자로 모셔오게 돼요.

김교수는 사장님께 R&D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조직 개편을 전제로 합류하겠다네요. 연구소로 승격시키고 연구소장 체계로 하겠데요. 그러라 하셨어요. 현재 사업 분야인 스맛폰 케이스하고 IT 연구소와 잘 맞지 않으니 독립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했어요. 현재 제반 사정이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나중에 논의하자 했어요.

그리고 삼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어요. 연구소의 보고서에서 회사 이름이 빠진 것을 발견한 사장님이 김교수를 불러 물었어요. 김교수는 당신 회사하고 연구소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러느냐며 되려 화를 냈어요. 아직 연구소를 독립시킨 것이 아니라 따지니 원래 IT 분야에선 연구소장 체계로 조직개편을 하는 것이 독립을 의미하는 거라며 배 째래요.

성공회 혹은 김조감독이 증명해야 할 것

딱 드러맞는 예는 아니에요. 그런데 이 정도로 황당하긴 해요.

이젠 저도 지겨워서 지쳐요. 영화제가 독립된 조직인 것인가 아닌가를 밝히는 건 이 사건에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에요. 모든 것의 알파요 오메가죠. 저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김조광수 감독이 합의의 당사자가 될지 징계의 대상이 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입장서 중반부에 2011년 부터 현재까지 사건 진행에 대한 성공회의 조사 내용과 판단이 쓰여져있어요. 네 개의 시간대별로 나누어 마지막에 소결이 붙어있어요. 그 소결들을 놓고 위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께요.

2-1) 2011년 초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시기는 특화된 국면으로 설정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중요하게 설정하게 된 것은 현 서울LGBT영화제가 이 시기를 영화제의 ‘분리/독립’의 시점이자 근거로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공회는 이 시기에 개인들의 ‘분리/독립’에 관한 인식적 불균형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민주적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시기는 현 서울LGBT영화제의 주장처럼 영화제의 ‘분리/독립’의 시기나 근거로서 제시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이 시기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분리/독립과 집행위원회 체계에 대한 이해의 차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에 대한 충분한 판단과 고려를 거치지 못한 채 김조광수감독이 집행위원장으로 영입되었던 과정에도 존재한다.

2-1) 2011년 초 소결 (입장서 10 페이지)

제 비루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해요. 2013년에 양측이 겁나 싸웠던 것의 모든 것이 이 시기에 벌어진 일에 대한 것이거든요. ‘성공회는 이 시기에 개인들의 ‘분리/독립’에 관한 인식적 불균형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민주적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았’다네요.

개인들의 인식 불균형이 발생한 건 참 안타까워요. 우리 모든 개인은 모두의 가치관을 가져요. 똑같은 소똥을 보고 누구는 더럽다고 생각하고 누구는 좋은 퇴비라고 생각하겠죠. 그럼 개인이 모인 집단에선 그 인식 불균형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까요? 대화와 소통이에요. 맞다이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공적인 방법은 회의를 통해서죠. 그리고 그 근거로 회의록을 남기는 등 서류 작업을 하죠. 회의록이란 집단의 생각이에요. 회의록에 무언가 적혀있으면 그 집단은 그런 논의와 결정을 했다는 것이고, 무언가가 없다면 그딴 거 한 적이 없는 거에요.

그럼 두 번째 절인 ‘조직 내에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민주적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를 보면, 뭔 민주성을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절차가 없었다는 거에요. 위 문장을 양비론의 근거로 사용하실 거면 평소 <퀴어문화축제>와 <서울LGBT영화제>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는가를 보아야해요. 제 생각엔 아니거든요? 독립에 대한 명확한 결정이 담긴 회의록이 없다면 그건 논의하지 않았음을 나타낼 뿐이에요. 뭔 절차를 어떻게 하면 당신들이 만족하기에 충분한 건지 모르겠지만, 절차가 충분치 않았다는 건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에요. 애시당초 당시 필요가 없어 논의하지 않은 내용을 절차 부족이고, 그래서 <퀴어문화축제>도 잘못했네~라뇨? 조… 아니, 겁나 황당해요.

‘집행위원회 체계에 대한 이해의 차이’? 독립에 대한 모든 권한은 <퀴어문화축제>가 가지고 있어요. 회의를 통해 독립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그게 집행위원회든 연구소장 체계든 실질적 독립이 이루어졌다고 볼 근거는 없어요. 이해 차이하고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에요. 당시 영화제에서 돼지 머리 올리고 고사라도 지낸 기록이 있나요? 만일 김조감독이 이해를 다르게 했다면 그건 그냥 김조감독이 이해를 틀리게 한 것이죠. 정말 한채윤씨가 김조감독에게 구두로 약속했다면 그건 <퀴어문화축제>내부에서 발생한 개인의 일탈일 뿐인거죠. 그 이해 차이는 조직의 독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이 얘기 작년 여름부터 했는데 아무도 답을 안 주네요. 내가 해결하마고 나선 성공회의 최종 결론에도 역시 답이 없어요. 역겨운 부분은 그 답도 못 내렸으면서 독립을 인정하는 결론을 냈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 화려한 말잔치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쓰레기에요.

2-2)  2011년 초~2013년 4월 이전

퀴어문화축제는 축제 조직의 일부로 존재했던 영화제가 새로운 조직 체계를 갖추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고민의 과정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는 집행위원회 체계와 집행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상이한 이해들이 도출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퀴어문화축제의 조직 체계와 의사결정 관행이 나름의 합리성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결합하게 되는 사람이 짧은 기간 안에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지점도 영향을 미친 요소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 영입 문제가 인물에 대한 평가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 두 단위 사이의 관계 또한 인적 배치를 통해 조율하려 했다는 점 모두 향후 축제와 영화제의 관계를 조직적으로 재설정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LGBT영화제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인식 차이가 충분히 확인되고 논의되지 못했다는 점도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책임자였던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영화제의 전망을 고민한 영화제 구성원들이 모두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제 내부에, 영화제와 축제 사이에 상이한 입장과 이해가 확인되지 못하고 지나가면서 문제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또 다시 작용했다.

2-2) 2011년 초~2013년 4월 이전 소결 (입장서 10 페이지)

‘새롭게 결합하게 되는 사람이 짧은 기간 안에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도 그를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에요. 파악을 못했으면 파악하지 못한 사람의 실수인 거죠. 혹은 그를 지도해야할 책임이 있는 사람의 실수인 거에요. 그 조직의 실질적 구조와는 전혀 상관 없어요.

‘서울LGBT영화제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인식 차이가 충분히 확인되고 논의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 구조를 바꾸진 않아요. 앞서 황당한 예에서 김교수를 영입하고 김교수가 일을 잘 해서 그걸 굳이 사장님이 탱자는 탱자라고 누누히 교육하지 않았다는 게 사장님의 잘못인가요? 그렇게 안하면 연구소는 김교수 것이 되는 건가요? 자동 독립 되나요? 2012년 6월쯤엔 35%쯤 독립된 것인가요?

2-3) 2013년 4월 1일~2013년 9월 1일 이전

서울LGBT영화제는 이 일으로부터 발생하거나 확인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맥락 중 하나로 퀴어문화축제로부터 공식적인 공문이나 연락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일련의 상황의 시발점이 된 포스터 공동주최 표기 경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할 책임이 서울LGBT영화제에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소통을 위해 먼저 연락하고 노력할 책임 또한 서울LGBT영화제에 일차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퀴어문화축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만나자는 요청을 하였고, 이러한 요청이 단순히 ‘공문’ 형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의미가 무시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서울LGBT영화제가 스스로를 축제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단체로 인식하고 있었던 입장이었다면 이 문제를 ‘단체 간의 문제’로서 조직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능동적으로 기울였어야 할 책임이 보다 더 무겁게 주어져 있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축제 조직위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남을 미룬다고 느끼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서울LGBT영화제 포스터 시안의 공동주최 단체 표기에서 일방적으로 제외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일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이 바로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됨으로써 퀴어문화축제와 서울LGBT영화제 사이의 신뢰관계는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관계와 감정의 악화는 2013년 9월 1일 간담회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감정적으로 좁히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조건으로 작동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3) 2013년 4월 1일~2013년 9월 1일 이전 소결 (

한 이야기 또 하지만, 입장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 사실관계를 바꾸진 못해요.

2-4) 2013년 퀴어문화축제와 서울LGBT 영화제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

서울LGBT영화제의 분리/독립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한 만남의 자리인 2013년 9월 미팅에서 드러난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성공회의 판단은 앞선 논의에서 대체로 확인할 수 있다. 성공회는 면담과 자료 검토를 통해서 서울LGBT영화제가 201년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이 영입되었을 때부터 이미 분리/독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서울LGBT영화제의 분리/독립에 대한 인식차를 논의 종결로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였던 2013년 9월 미팅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양측 사이에 신뢰관계가 약화되면서 오히려 갈등이 수면위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성공회는 원칙적으로 서울LGBT영화제 독립여부는 마땅히 서울LGBT영화제 구성원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영화제 내부 논의 과정이 명확했다면 퀴어문화축제와 결정을 공유하거나 설득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을 거쳐 논의를 종결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와 서울LGBT영화제의 관계 및 분리/독립 여부에 대해 영화제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논의가 종결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2013년 1월 영화제 회의의 결론은 분리/독립 재확인이라기보다 분열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영화제를 모태로 한 두 개의 영화제가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14년 5월 서울LGBT영화제 홍보 문구로 불거진 문제에서 서울LGBT영화제가 해명한 자료는 매우 불충분했다. 영화제 분리/독립에 대한 입장의 차이와는 별개로, 서울LGBT영화제의 해명자료에는 “국내 유일의” 이라는 홍보문구로 인해서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퀴어영화제를 향한 사과를 담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 없이 서울LGBT영화제와 퀴어문화 축제/퀴어영화제간의 연대와 협력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갈등이 공개되고 서로가 정당함을 주장하는 과정 또한 갈등 해결을 어렵게 만든 요소가 됐다. 주로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이 가지는 문화적 인지도, 영향력 등에 의한 일방적인 한쪽의 입장만을 담은 기사화가 있었고, 퀴어문화축제의 입장을 주로 다룬 딴지일보와 팟캐스트에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포함됐다. 입장 표명, 정보 공개 자체는 공론화와 다르다. 각자의 입장과 해석이 요구됐지만 책임을 담보한 공론화의 장은 부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2-4) 2013년 퀴어문화축제와 서울LGBT 영화제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 소결 (입장서 23-24 페이지)

‘성공회는 (중략) 이미 분리/독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이어지는 문장들에서는 분리/독립했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해요. ‘하나의 영화제를 모태로 한 두 개의 영화제가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분열 과정이 정당했는가를 말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퀴어문화축제>가 <퀴어영화제>를 만든 것은 <서울LGBT영화제>를 빼앗겼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이지 평화롭게 독립시키고 ‘심심한데 하나 더 만들어볼까~’하고 만든 게 아니에요. 위 소결에서는 분리/독립이 되었다 보기 힘들다는 투로 말하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갑자기 연대와 협력을 이야기하시며 이미 독립한 것으로 상정하시네요? 제발 하나만 하세요.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이 가지는 문화적 인지도, 영향력 등에 의한 일방적인 한쪽의 입장’의 기사화를 비판하시네요? 성공회의 결정은 그가 가지는 인지도와 영향력에 영향받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나요?

‘2011년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이 결합하면서 새로 발급받은 고유번호증을 사업자등록증이라고 잘못 전달함으로써, 김조광수 감독이 집행위원장으로 결합한 것이 상업적 이익을 노린 의도적 행위라는 주장의 근거로 쓰였다.’며 ‘퀴어문화축제의 입장을 주로 다룬 딴지일보와 팟캐스트에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포함’되었다는데, ㅋㅋㅋㅋ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매체 보도들은 그 의도를 에둘러 예상했을 뿐이죠. 외부인의 시선으로 분석했을 뿐이에요. 그게 고유번호증이라고 전달되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추론이에요. 그리고 이 역시 가장 중요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어요.

끝까지 증명되지 않았다면?

살펴본 바와 같이 성공회의 논문…. 아니, 입장서는 그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물쩡 넘어가요. 도데체 영화제는 독립한 거에요 아닌 거에요? 그 지점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면 독립 안 했다고 보는게 옳은 거에요. 회수를 건너든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넜더라도 탱자가 귤이 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이런 건 공부 많이 안해도 알 수 있어요.

이런 건 공부 많이 안해도 알 수 있어요.

그럼에도 성공회의 결론은 독립을 인정하는 형식이 되었죠. 마치 양쪽에 한발씩 양보를 하라는 중재처럼 보이지만 그냥 가치판단을 하기 부담스러워서 내린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식 해법이에요. 그 입장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퀴어문화축제>가 가진 의무라구요? <무지개행동>은 그 구성단체들에게 <무지개행동>의 조직체계에 대해 정기적으로 교육이라도 하나보죠? <무지개행동>의 어떤 사업분야를 책임진 사람이 그거 싸들고 날라버리면 ‘어이쿠 충분히 설명치 않은 내 잘못일세’하며 눈물로 축복해줄 건가요?

그래서 이 입장서와 성공회 활동이 쓰레기라는 거에요. 이렇게 좋게좋게 결론 내릴 거면 7개월간 뭘 가지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노력은 인정해드릴께요. 우쭈쭈.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물음에 답을 구하지 못했으면서 어떻게 결론을 내린 것인지 모르겠네요.

성소수자 운동진영은 이제 견제받지 않는 황제폐하를 옹립했네요. 그의 치하에서 행복하게 자알 사시길 바라요. 우리는 이제 절차와 근거가 없어도 남이 설립한 조직을 홀라당 가져올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되었어요. 고마워요, 당신들의 운동의 성과.

차라리

이제 쓰잘데기 없는 제 해결책을 말할께요. 영화제는 독립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어요. 그리고 영화제를 책임진 김조광수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죠. 그리고 양측의 구성원들의 갈등은 꽤나 깊어져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해요.

그럼 차라리 <서울LGBT영화제>를 독립시키는 거에요. <퀴어문화축제>와는 파트너쉽으로 연대를 공고히 하는 독립된 영화제로요. 대신 김조광수 감독은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것으로 하고, 민주적 견제를 위해 <무지개행동>에서 사람들을 뽑아 집행위원과 감사를 맡는 거죠.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오기 전 까지는 비대위 체계로 운영하는 거죠. 안 해본 것도 아니잖아요? 2012년에 발생했던 영진위 기금 정산 문제에 견주어 이 사태가 덜 중한가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네요. 제 제안은 쓰레기보다 더한 쓰레기가 되는 셈이네요.

공론화의 새로운 사전적 정의

작년 중순 제가 이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 김조감독은 중재단을 구성할 거라면서 공론화를 약속해요. 출범한 성공회도 공론화를 약속하죠. 그리고 7개월간 ‘론’은 ‘공’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입장서를 보면 공론화의 범위를 성소수자 운동진영으로 한정했다고 해요. 실질적으로 성소수자 운동진영 핵심 관계자들 말고는 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해요. 많은 사람들은 ‘증인’으로 불려갔죠. 멀리 바다 건너 저는 그렇다 쳐도 한국의 활동가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공론화에서 제외되었나요? 혹시 공론화란 단어 뜻은 알고 계신가요?

제가 닥치고 있었던 이유는 논의가 제3자로 넘어갔기 때문이에요. 명망있으신 분들이 참여하신다니까 그냥 있었죠. 그런데 그 명망가들께서는 입장서나 합의문에 이름 한 자 안 올리셨네요? 무책임해요. 명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을 안 쓰셨으니 ‘망’만 남았네요. 케망했어요. 결론적으로 졸라 이용 당했다고 보여지네요.

이건 공론화가 아니에요. 협잡을 하시고 공론화라 주장하시면 그리 되나요? 그 결론이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를 갖춘다면 제가 이런 비판 안해요. 역시 현자들께서 잘 판단하시고 마무리 하셨구나 생각하겠죠. 하지만 앞서 계속 말했듯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채 양쪽 모두 손바닥 다섯대씩 맞고 악수하는 방식으로 종결했어요. 뭡니까 이게?어려운 단어들 나열해가며 문장 길게 늘려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재주는 있어도 이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할 능력은 없으신가봐요? 근데 왜 나섰어요? 깜량도 안되면서?

우리의 교훈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진영은 아주 좋은 교훈을 얻었어요. 서류상의 근거가 불충분하더라도 과거의 일을 마구 조각하여 우기면 그것은 사실이 된다는 거에요. 야발라바히리디야 아브라카타브라네요. 관습법과 관심법이 당신의 비열함을 정당화시켜줄 거랍니다. 아! 이 교훈으로 막 사기치고 다닐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유명하지 않다면.

이제 정말 이 문제로 쓸 게 없네요. 누가 당신들 뒤통수 안 치고 잘 먹고 잘 사시길 바랄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