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한 분이 관련된 포스팅을 연달아 하게 되네요.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사실 그분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지도 않아요. 조선명탐정이 제가 거의 유일하게 중간에 뛰쳐나온 한심한 영화였다는 기억 말고는요. 제가 한반도도 끝까지 보고 나온 사람임. 네 맞아요. 김조광수감독님(이하 김조감독)이에요. 그리고 이번엔 그분이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서울LGBT영화제>(이하 셀프 – SeLFF)에 관한 내용이에요. <퀴어영화제>와 셀프, 이 두개의 성소수자 영화제에 대한 것이에요.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보신 분들은 그러시겠죠. 엥? 성소수자 영화제가 둘이나 있어? 사정은 복잡해요. 일단은 국내 유일이었던 성소수자 영화제의 역사부터 살펴볼께요. 2000년 이런저런 주체들이 모여 국내 최초의 프라이드 페스티벌인 퀴어문화축제(이하 퀴퍼)가 대학로에서 열리게 돼요. 아, 얼마나 가슴 벅찼겠어요! 아, 얼마나 작고 초라했을까요. 다음해에는 영화제도 했어요. 기록을 보아서는 상영관 하나에 영화 하나인 영화제라 보기에는 아주 힘든, 정말 이름만 영화제였답니다. 전 NGO 활동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하는게, 이런 상황에서 십년이 넘게 작고 초라했던 그 둘을 꽤 큰 규모로, 꽤 화려한 행사로, 있어야 할 것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다는 행사로 키워오신 거에요. 저라면 못해요 -_-;;

애니웨이, 영화제는 퀴퍼에서 영화제팀으로 출발을 했어요. 1회(2000년) 부터 6회 까지는 <무지개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7회(2007년) 부터 13회(2013년) 까지 <서울 LGBT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리게 돼요. 13년의 역사에서 11회인 2011년 김조감독을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사업자등록증을 재발행하죠. 퀴퍼의 히스토리 페이지(링크)를 봐도 영화제는 2013년 까지 퀴퍼의 한 팀 형식으로 기능한 것으로 보여요. 기간이라던지, 퀴퍼 조직위원장 아래로 김조감독님이 조직위원으로 되어있고 사무국 및 기획단과 같은 위상으로 영화제가 존재함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2013년 퀴퍼는 김조감독에게 희안한 이야기를 들어요. “영화제는 이미 3년전에 독립했었다” 그러니까 맥락상 2011년에 김조감독이 영입되고 집행위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고유 등록번호도 받고 독립을 했다는 것이죠. 결국 영화제 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지지고 볶은 후 독립이 아니라 주장하는 세명의 활동가가 사퇴를 했어요. 이후 퀴퍼는 그 세명과 플러스 알파님들와 함께 퀴어영화제를 새로 조직하게 되었구요, 지금은 성소수자 영화제가 둘이 되어버린 상황이 되었어요. 그 동안 둘 사이에 명칭 문제라던지 도메인, 언론보도, 정통성 등등 꽤 많은 감정소모가 있었어요.

핵심쟁점

그동안에 벌어졌던 감정싸움이라던지 영화제가 갈리면서 벌어진 반대급부, 즉, 하나를 이렇게 키워놨는데 또 다시 키워야하는 문제, 그로인해 발생하는 성소수자 영화제의 질적 타격 등은 제하고요, 과연 셀프를 김조감독 체계의 독립된 조직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말해볼께요. 물론 사업자등록은 따로 했죠. 그편이 사업을 하기에 용이하니까요. 법적으로는 김조감독이 옳아요. 문제될 것이 없어요. 그러니까 많은 것을 가져가셨죠.

앞서 살폈듯 영화제는 퀴퍼의 팀, 또는 하위 조직으로 있어왔어요. 자, 독립을 했다고 주장하시는데, 그럼 독립을 시켜준 퀴퍼는 그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법적으로 사업자 분리하고 그런 거 말고요. 2011년에는 퀴퍼가 “전혀 상관도 없는” 영화제에 500만원을 지원해요. 2012년에는 영화제 사무국장이 없어서 사무국 역할도 해줘요. 셀프에선 그걸 인큐베이팅이었다고 해요. 재정적 독립을 시킨 영화제를 또 인큐베이팅 했다니요! 그걸 인큐베이팅한 사람도 그걸 몰랐다니요! 사퇴한 세명의 활동가들은 퀴퍼에서도 오래 일을 한 사람들인데, 그분들도 영화제가 독립되었는지를 삼년이나 모르고 있었어요! 십일년을 키워온 영화제가 분리된 것인지 모르고 있었어요! 왼손도 모르고 오른손도 몰랐는데 일은 누가 한거죠?!

영화제의 독립에 대한 두 주제의 상반된 것 같으면서도 비스무리한 주장을 볼께요.

퀴어문화축제로부터의 분리와 독립문제는 2011년 시작부터 논의 되어왔던 부분이고 사실상 서울LGBT영화제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독립을 확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위에서는 “분리와 독립의 문제가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었고 독립의 확정을 위해서는 조직위 회의에서 ‘만장일치제’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LGBT영화제는 “집행위원회 구성 당시 논의되었고 합의된 부분이다”라는 점을 상기 시켰으나 조직위는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던 중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이 참여한 서울LGBT영화제 회의록을 통해 ‘서울LGBT영화제의 독립과 그 이후 퀴어문화축제와의 연대’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자 “논의는 했지만 결정한 것은 아니다”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 셀프측 입장

그쪽에서 새로운 증거를 찾아서 보내왔다. 2011년 영화제 회의록 요약본에 따르면 영화제를 독립시킨다는 대목이 있다며 스캔을 해서 보내왔다. 그래서, 2011년 영화제 요약본이 아닌 전체 회의록의 해당 부분을 스캔해서 보내줬다. 거기엔 “독립의 필요성 있으나 재정적 문제 등이 있어 차후에 다시 논의”라고 되어 있다.

– 퀴퍼측 입장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줘요. 그런데 제가 해석하기엔 셀프측 입장은 꽤나 악의적이긴 해요. 사실관계를 조립해 보면 이래요.

1. 셀프 : 우린 이미 3년 전에 독립했다.
2. 퀴퍼 : 아니 언제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
3. 셀프 : (회의록 요약본 전송) 봐라 영화제는 독립, 퀴퍼와는 연대. 이래 되어있지 않느냐?
4. 퀴퍼 : (회의록 원본 전송) 차후에 다시 논의한다고 되어있지 않느냐?
5. 셀프 : 아니!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며! 왜 말을 바꾸느냐!

우리는 누구나 사건을 서술할 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나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을 생략해요.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만을 소중히 보관하도록 디자인된 생물인지라 때로는 정말 기억을 못할 때도 있어서 빼는 경우도 있어요. 그것이 ‘주관’이고 그 역시 ‘참’이에요. 나쁜 거 아니에요. 그런데, 누가 어떤 부분을 생략하는지에 따라 구경꾼인 우리는 ‘판단’할 수 있죠. 뉴스를 봐도 여야의 논평을 보아도 널리고 널린게 이런 논리 게임이에요. 셀프에서는 4번을 생략했어요. 퀴퍼에서는 2번과 5번을 생략했어요. 어떤게 악의적인지는 보시는 분들이 판단하시면 될 테지만, 제 관점에선 셀프의 주관이 너무나 악의적이라고 느껴져요. 저 논의에서 정말 중요한, 3번 명제가 거짓임을 논박하는 4번을 생략하고 남의 허물인 5번을 강조한다는게요.

셀프측에서 근거로 제시한 삼년 전 회의록이라는 것이 결국 차후에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이에요. 물론 차후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기에서도 보여지듯 퀴퍼측에서는 셀프의 독립을 논의하기는 했어요. 인큐베이팅 해서 내보내려 한 것이죠. 그러나 자금지원이나 사무국 지원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하는 상황을 보았을 때 아직 독립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김조감독은 2013년에 이제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퀴퍼의 입장은 독립을 전제로 그동안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 납득하고 축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두가 같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고 진행하자는 것이었어요. 어쨌건 김조감독의 해석대로 셀프는 이미 사업자등록이 분리되어있으니 독립 단체에요. 그점을 이용해서 퀴퍼측 인사를 내보내고 정ㅋ벅ㅋ하셨죠. 개고생 해가며 11년이나 인큐베이팅 했고 그 후로 3년을 더 남의 것인지도 모르고 인큐베이팅 했던 퀴퍼는 빼았겼다는 느낌을 받았겠죠. 그의 판단대로 2014년 올해 셀프는 꽤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요, 그 절차적 정당성 없는 개인의 성공이 저에게, 우리에게, 퀴어판에, 사회에게 줄 교훈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걸 G와 L의 대립이라던지 밥그릇 싸움으로 보시는 분들은 정말 잘못 보셔도 한참 잘못보시는 거에요. 퀴어영화제나 퀴퍼쪽에 L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독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었으니까요. 영화제로 큰 돈 벌긴 커녕 지원까지 해주던 상황이었는데요. 밥도 없는 밥그릇을 두고 누가 왜 다퉈요. 이건 애정과 소유의 BDSM적 관계로… 아니… 솔로몬 재판의 두 엄마의 관계… 아니… 그냥 일 못하는 한 사람의 문제에요.

3년 전 퀴퍼가 김조감독을 영입하면서 사업자등록증에 그의 이름을 쓰고 악수하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게, ‘니꺼 하세요’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어요. 이면계약서를 안 쓸 정도로 그들이 너무 순진했거나 김조감독을 너무 믿은 탓이겠죠. 그냥 봐도 너무 이상하잖아요. 11년을 키운 영화제를 새로 영입한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하며 그냥 놔버렸다는 게요. 3년간 함께하며 노력하신 지금 시점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3년 전에 이미 분리되었다는 주장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요.

나는 그를 왜 까는가?!

사실 제가 김조감독님을 계속 까대는 건요, 그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에요. 두 주체가 최근에 충돌한 지점을 볼께요.

퀴어영화제 개막식에 가서 축하하겠다고 했더니 사무국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는 “사과하지 않았으니 오지 말라”고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는구나. 개막식엔 가지 않겠지만 전화 예의는 좀 갖추면 좋겠다. 그럴 거면 전화를 하지 말던지요.

— 김조광수 (@kimjhogwangsoo) June 12, 2014

자신이 저지른 일엔 제대로 수습도 없이 대충 넘어가려고 개막식 세자리 빼달라는 문자를 보낸것에 사무국장이 직접 전화건건 그나마의 예우다. 사과도없이 오시는건 아닌거같다는 말에 누구나 오는 영화제란 말부터 바꾸라 비아냥거리니 이만 끊겠습니다 할 수 밖에 — 한채윤 (@chaeyoon_H) June 12, 2014

이것도 해석해보면 이래요.

1. 김조감독 :  (문자) 퀴어영화제의 무한한..(중략).. 개막식에 참석하고자하니 세자리를 빼주세요.
2. 퀴어영화제 : 헐ㅋ 이건 뭥미? (전화) 저.. 사과도 없이 오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3. 김조감독 : 제가 왜 못가요? 그럼 누구나 오는 영화제란 말 부터 바꾸세요.
4. 퀴어영화제 : 전화 끊겠습니다. (삐-삐-삐-)

이 것도 누가 어떤 부분을 생략했는지 보시면 그 의도를 알 수 있어요. 두 주체의 입장이 모두 참이라는 전제에서도요. 그리고 한 트위터리언이 김조감독의 저 트윗을 보고 질문을 남겨요.

오늘 정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시점에서 “사과”를 요구했다면 그건 LGBT영화제쪽의 “국내유일 성소수자영화제”라는 허위홍보물에 대해서 사과하라는 거 아닌가요? 사과 하셔야 하고요.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이래요.

@sitafight @forest_31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내용은 이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사과를 했습니다.^^

— 김조광수 (@kimjhogwangsoo) June 12, 2014

그렇게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떡하니 국내 유일의 성소수자 영화제라고 홍보물을 만들어내신 것도 참 이해 불가한 지점이지만요. 아아.. 그 사과문 찾기 너무 어려웠어요. (링크) 아아… 맥락이 없잖아요! ;ㅁ;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왜 죄송한지 누구에게 죄송한지도 모르겠는 이런 글이 사과라니요… 이름이 셀프라 사과를 청와대에서 배우신 것도 아닐텐데요… ;ㅁ; 게다가 제가 생각하기에 퀴퍼측에서 요구한 사과는 그 사안에 대한 사과는 아니에요. 물론 그건 질문자님이 질문하셨으니 그러하셨겠지만요. 또한, 홈페이지 어디서나 볼 수 있게 스카이스크래퍼 위치에 넣으신 문구요. 해마다 6월에 함께했다니요! 이전 셀프와 지금 셀프는 다르잖아요. “올해도”에는 스타카토까지 찍으셨더라구요!

이런 점들이 제 눈엔 꽤나 악의적으로 보여요. 과정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일단, 퀴어영화제가 정통성을, 셀프가 이름을 가져가기로 합의된 것 아니었나요? 그럼 그렇게나 그 난리를 쳤는데 특히나 이런 부분은 조심하셨어야 하는게 아닐지 궁금해져요.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면, 정말 일을 못하시는 거에요. 이런 부분들이 너무나 많아서 지적하는 사람이 쪼잔하게 보일 지경이에요. 그러니 누군가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거겠죠. 그냥 일을 잘하셔서 사람들이 이런 부분엔 신경 안 쓰게 해주시면 돼요. 어쨌건, 그 질문을 하셨던 sita님에게 김조감독은 이런 답변을 합니다.

@sitafight @forest_31 편견과 혐오를 벗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사랑이 혐오보다 강합니다. 님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멘션에 답은 이제 하지 않을게요. — 김조광수 (@kimjhogwangsoo) June 14, 2014

사랑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당신을 편견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봐서 죄송합니다만, 가릴 건 가리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은 해명좀 하시죠?

결론

그냥 지금의 현상만을 놓고 봐도요, 결과만 놓고 봐도요. 십수년간 퀴퍼가 만들고 퀴퍼와 함께하며 발전해왔던, 서로 친구 같았던 퀴퍼와 영화제가 지금은 그냥 서로 아무런 상관 없는 행사가 됐을 뿐더러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대고 있어요. 심지어는 퀴퍼에서 영화제를 (법적으로) 또 만들었네요! 그리고 이름과 조직은 그쪽이 챙기고 회차는 이쪽이 가졌네요? 어휴, 그렇게 정당하시면 정통성도 챙기시지 그러셨어요. 지금 현상이 이래요. 개판 오분전이에요. 이건 전부 김조감독을 영입하면서 부터 생긴 일인 거에요. 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성소수자운동판을 그나마 이렇게 만드셨어요. 자신은 법적으로 정당하다 하실 수 있겠죠. 네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래도 논의를 거치시고 절차를 지켜주셨으면, 법적으로’도’ 정당하실 수 있었을텐데요.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제를 만들고 키워온 사람들의 의지가 있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더라도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할지는 제가 설명 안해도 다 아실 거에요. 그냥 그렇다구요. 그런 의지와 노력과 애정이 담긴 SeLFF가 그냥 하루 아침에 myself가 된 것 같아 슬퍼요. 해결 하실 의지가 없으시면 그냥 yourself 하세요. 법적으로는 yours가 맞으니까요. 그렇게 성공하시어 한국 성소수자운동의 큰 별 되시기 바랍니다.